기독교 드라마·영화 인기 뜨겁다
최근 '예수 콘텐츠'로 불리는 종교 콘텐츠 제작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TV 시리즈 '더 초즌(The Chosen)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더 초즌'은 예수의 이야기를 기존의 경건한 신화적 서술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시즌 7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이야기 구조로 풀어냈다. 텍사스에서 촬영한 2018년 첫 번째 시즌은 제작비가 1000만 달러였다. 다섯 번째 시즌 '최후의 만찬'은 제작비가 4800만 달러로 뛰었다. '더 초즌'은 현재 전 세계에서 50개 언어로 번역돼 2억80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는 부활절 시즌에 맞춰 전 세계 극장에서 3부작 영화로 개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8일 1부와 2부가 공개됐다. 현재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상영 중이고 전용 앱으로 무료 시청도 가능하다. '더 초즌'의 인기 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여섯 번째 시즌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야기를 다루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마지막 시즌은 전 세계에서 극장 이벤트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리즈 외에도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요셉을 주인공으로 한 미니시리즈, 탐험가 베어 그릴스와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등 다양한 스핀오프를 기획하고 있다. '더 초즌'의 성공은 예수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 조너선 루미를 스타로 만들었다. 9년 전만 해도 LA의 무명 배우였던 루미는 어느 날 아침 "하느님, 이젠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제 뜻대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기도했고 3개월 뒤 '더 초즌'에 캐스팅돼 예수 역할을 맡았다. 가톨릭 신자인 루미는 이제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셀카를 찍고 대규모 신앙 집회에서 연설을 한다. 유명인들은 돈을 내고 따로 루미를 만나기도 한다. '더 초즌'의 댈러스 젠킨스 감독은 "이야기 자체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것이어서 흥행의 공을 내가 가져갈 순 없다"면서도 "다만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인간애와 그 현재적 의미를 일깨웠을 것"이라고 흥행 성공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마존은 최근 '하우스 오브 다윗(House of David)'이라는 초대형 성경 드라마를 공개했다. 드라마에는 특수효과를 동원한 골리앗과의 전투 등 화려한 볼거리도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원더 프로젝트'는 아마존과 장기 계약을 맺고 신앙 기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마리아(Mary)' 등 기독교 영화 제작을 끝냈으며 다음 작품으로 현대 테네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룻과 보아스(Ruth and Boaz)'를 예고했다. 찰스 디킨스가 자녀들에게 예수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는 지난달 11일 개봉해 흥행 2위까지 올랐다. 한인 장성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는 케네스 브래너와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 벤 킹슬리 등 호화 출연진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전 세계에서 흥행을 거둔 2004년 화제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도 속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부활(The Passion of the Chris: Resurrection)' 제작에 들어갔다. 여름께 이탈리아에서 촬영에 들어갈 속편에 대해 멜 깁슨 감독은 "천사의 타락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짐 카비젤은 전편에 이어 예수 역을 맡는다. 신앙 기반 콘텐츠의 급부상은 종교적, 정치적 흐름 때문만은 아니다. 상업적 이유도 크다. 우선 성경 속 이야기는 2000년 전 저작권이 만료돼 제작비 부담이 적다. 상대적으로 제작이 덜 복잡하고 스타가 없어도 예수라는 존재 자체가 브랜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규모 캐스팅이 필요 없다. 무엇보다 전 세계 약 24억 명에 이르는 기독교 인구가 예비 관객으로 존재한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기독교 콘텐츠의 강점으로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마저 오히려 기독교적 열정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신앙은 박해를 통해 더 강해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응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흥행 요소 덕분에 한때 교회 네트워크와 보수 매체의 지원에 한정되었던 신앙 기반 콘텐츠는 이제 주류 플랫폼인 아마존과 넷플릭스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런 흐름을 주기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종교 미디어 전문가인 다이앤 윈스턴 USC 교수는 "할리우드에서 종교 콘텐츠 부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종교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주기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흐름엔 좀 더 대중적인 특징이 있다. 최근 작품들은 설교하려 들지 않는다. 신앙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다룬다. 이런 접근 방식 덕분에 비신자도 부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작품은 전통적인 신앙 중심 콘텐츠와 일반적인 세속 콘텐츠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신앙인을 일반 인물로 묘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종교색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본질은 유지하는 균형 잡힌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더 초즌'은 오히려 직장 내 드라마나 '웨스트윙'의 갈릴리 버전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도 종교 경전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다. 신성함에 대한 존중과 해석의 경계에서 제작자들은 고민한다. 이런 균형 감각을 갖추면서 성경 드라마는 이전과 다른 대중적 흥행을 이뤄냈고 지금의 인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안유회 객원기자아마존 기독교 종교 콘텐츠 3부작 영화 인기 행진